<지붕 뚫고 하이킥>과 <완전한 사랑>의 결말 by 베리배드씽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을 보고 <완전한 사랑>을 떠올렸다. 2003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김수현 극본에 김희애와 차인표가 주연을 맡았었다. 두 드라마는 두 주인공(들)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 속사정들을 들추면 더 많은 부분에서 겹쳐진다.
 
가장 큰 줄기는 <지붕킥>에서 지훈과 세경이 그랬듯 <완전한 사랑>에서 시우(차인표)와 영애(김희애) 또한 남성 쪽이 우위에 선 경제적 계급차로 사랑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험난한 과정을 감수해야 했다는 점이다. 영애는 떡볶이 행상을 하는 편모 슬하에서 자랐지만 똑똑하면서도 구김살없는 성품을 지녔다. 대학 2학년때 고교 2년생인 시우의 수학 과외 선생으로 만나면서 선생과 제자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영애는 시우 집안에서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저돌적인 시우의 사랑과 시우 집안의 모욕에 대한 반발심이 더해지면서 결혼을 강행한다. 영애와의 결혼에 대한 댓가로 집안에서 완전히 빈손으로 쫓겨난 시우는 영애가 살던 원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가운데 어렵게 내집을 장만한다. 영애는 시댁 식구들의 끊임없는 구박에도 가정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생각에 시댁에도 깎듯이 대하고 늘 시우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영애에게서 시우는 엄마와 누나, 여자와 연인을 두루두루 느끼며 정서적으로 영애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남자가 되어 간다. 영애의 그러한 노력들은 자신을 적대시하는 시댁식구들을 조금씩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지만 차차 나은 삶을 살려고 하는 그 때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힘들지만 밝게 살아온 그녀는 마지막까지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혼자 남게 될 남편을 걱정하며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드라마 결말부에서 시우 또한 급작스런 죽음을 맞으면서 영애의 뒤를 따르게 된다. 

  물론  <지붕킥>에서의 세경과 지훈은 더 극심한 계급차를 드러내며, 열렬한 부부애로 험난한 현실을 극복해왔던 <완전한 사랑>에서와는 달리 짝사랑과 뒤늦은 깨달음으로 점철된 채 그 언저리에서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가로놓인 사랑을 갑작스런 죽음으로 맺어버리는 설정은 두 작품 모두에서 공히 두드러진다. 특히 김수현이 극본을 쓴 <완전한 사랑>은 장기였던 대가족 제도 중심 홈드라마로서의 관습을 배반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작품은 모두 경제적 계급관계에서 열위에 놓여 있었던 여성인물의 험난한 인생과 사랑의 과정을 위무하는 마지막 선물처럼 상대방 남자와의 죽음을 선사한다. 이러한 결말은 순애보적인 정사(死)가 아니라 우연한 사고사처럼 처리됨으로써 여자 주인공의 무의식적 욕망을 반영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랑 이전에 삶 자체가 녹록치 않았던 그들에게는 현실을 초월하여 죽음의 세계로 고립되는 것이야말로 안식일 수 있다.
 미묘한 차이가 없지 않다. <지붕킥>에서의 죽음이 당혹스러웠던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마음을 막 알아차린 지훈의 욕망을 배제시킨 채, 거의 세경의 욕망만을 투영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완전한 사랑>에서 시우의 죽음은 그가 얼마나 정서적으로 영애에게 의존했는지를 상세히 묘사한 과정들이 있었기에 '완전한 사랑'으로서 보다 개연성을 얻는다. 즉 시우의 죽음은 시우 자신의 바람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수현 드라마다운 깔끔한 마무리도 빼놓을 수 없다. 시우가 죽은 후 부부 사이에 남겨진 두 아이는 불임이었던 시우의 형 부부가 맡아 키우게 된다. 가족주의를 넘어선 낭만적 초월의 사랑을 그렸으면서도 그 한계선을 완전히 가로지르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하나 <지붕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신애와 준혁학생과 정음이 안고 갔을 상처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게 인생이라 하면 할 수 없지만 김수현의 얄미운 봉합선이 예전처럼 아주 못마땅하진 않다.

덧 1) 어머니께 <지붕킥>의 결말을 말씀드렸더니 '원래 사랑하던 사람들끼리 3년 내에 잇따라 죽으면 천생연분이라는 얘기가 있다' 며 태연자약하셨다.
덧 2) 준혁학생은 나중에 꼭 진한 정통 멜로극을 통해 보고 싶다. 눈물 연기가 몹시 인상적이었다.


덧글

  • 당고 2010/03/22 10:41 # 답글

    지훈의 욕망이 배제된 것은, 지붕킥 자체가 세경의 스토리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지붕킥은 철저히 세경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으니까요; 결국 PD의 마음이 세경에게 있었다고 봐야죠. 게다가 현실에서 지훈 같은 사람은 여타의 사람에 비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기회가 많을 테고요.
    어머님 배포가 크시군요 으하하-
  • 베리배드씽 2010/03/22 21:13 #

    세경이가 일인 주인공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게 사람들을 실망시킨 주요한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그로 인해 '지붕킥'이 자기 색을 갖게 되기는 했지만 일단 시트콤 하면 다양한 군상들이 부딪치면서 이루어지는 재미를 기대하게 되잖아요. 저 정도의 결말은 주인공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드라마에서도 보기 드물죠. 지훈이는 더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 그렇게 맺어진 게 좀 아쉬워요.
    어머니는 가끔 제가 굉장히 흥분하는 일에 대해서 저렇게 무덤덤하실 때가 있어요. ㅎㅎ
  • 天時流 2010/03/22 11:31 # 답글

    지붕킥 엔딩은 영화 <프라하의 봄>이랑 유사하죠 -ㅅ-;;
    세경 지훈 정음 관계도 프라하의 봄 내의 세 주인공이랑 비슷하구요..
  • 베리배드씽 2010/03/22 21:15 #

    지훈이가 그 정도의 바람둥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제가 그 관계에 정음까지 고려해넣지 않은 건 맞아요. 어디에 중점을 놓고 보느냐의 차이일 듯.
  • 쏘피 2010/03/22 14:26 # 삭제 답글

    지붕킥은 안보다 마지막만 봤어요..
    과정을 안봐서 딱히 뭐라 할말은 없지만...충격적이긴 했어요 ㅎㅎ
    그래도 사람들의 기억엔 오래 남을수 있을거 같아요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수 없다]처럼...
    그당시에 분명 시트콤인데 충격새드엔딩이어서 상당한 충격이었는데.. ;
    솔직히 그것보단 덜한거 같아요 .ㅜㅡ
  • 베리배드씽 2010/03/22 21:20 #

    저도 모조리 본방사수를 하지는 못했지만 대강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고 있었어요.
    금요일은 일이 있어서 집에 늦게 들어왔는데 인터넷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더군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도 당시 꽤 충격적이었었죠.
    이번엔 그보다 더 후유증이 클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지붕킥>자체 시청률이 높았으니까요.
    찬반 논쟁도 심하고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기는 할 겁니다.
  • sangtwo 2010/03/22 14:46 # 답글

    주말엔 제주도에 있었어요
    회사사람들이랑 오늘 하이킥 마지막 횐데-- 라며 아쉬워했을뿐
    볼 시간은 없었거든요.

    갔다와서.. 사람들이 난리 났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그렇게되면 왠지 황정음이랑 준혁학생이 좀 아쉬웠달까..?
    세경이도 나름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냥.. 뭐.. 전 사실 거의 안봐서요 ㅋ
  • 베리배드씽 2010/03/22 21:58 #

    제주도라니 좋으셨겠어요 ㅎㅎ
    저는 요즘 제주 올레길이라도 가 볼까 생각중이에요.
    혼자 여행 온 여자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기존에 김병욱 피디의 시트콤을 지지하던 사람들마저 배신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사랑이 이루어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다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신데렐라가 되라는 게 아니라 세경이도 제 나름의 인생을 꾸릴 가능성 정도는 열어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사실 열렬한 시청자라 하기 힘든데 괜히 열내게 되네요.
  • 화란 2010/03/22 20:40 # 답글

    저는 별 수 없이 토렌트로 다운로드 받아서 봤는데 참 할 말이 없더라구요- 결말에 뭐라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봅니다. 이순재 님께서 하이킥 3이 나와도 출연 안 하시겠다고 하는 걸 보면 시놉시스만큼 풀어내질 못했다가 문제죠. 언론에 휘둘려 갈 길을 잃은 시트콤의 처절한 결말이었습니다.
    솔직히 완결에 대해서는 별 할 말이 없어요. 독특하게 끝냈고, 반은 새드지만 반은 해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그 마지막 씬에서 세경과 지훈이 죽으면서다른 캐릭터는 모두 사장됐다는게 문제였죠. 그 배우에, 그 스토리에, 그 연기력을 두고 그것밖에 표현을 못했나 싶어서요. 덕분에 이현경이라는 캐릭터와 정준혁이라는 캐릭터는 부양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정보석이란 캐릭터는 결국 동네북이라는 비참한 결과만 낳았지요. 이 시트콤은 전체적으로 보면 실패입니다. 캐릭터 사장이 말이 되나요-
    아무리 스토리가 시놉시스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 있고 우리나라는 그게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건 뭐 다른 캐릭터들을 닭 쫒던 개 신세로 만들었으니..... 허탈할 만 합니다.
    아, 그리고 도대체 줄리엔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이렇게 보니 도대체 스뎅김이 사장시킨 캐릭터는 몇이나 될까요.
    스뎅김 PD는 시트콤에 새로운 결말을 넣어서 대중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연기자들에게는 똥을 주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차라리 비극적인 면이라도 강했지요. 전 완전한 사랑 보면서 울었는걸요 :)
  • 베리배드씽 2010/03/22 21:51 #

    최다니엘 등 다른 출연자들도 좀 당황했다고 하네요. 반발 여론이 과열된 나머지 이상한 루머까지 돌고 있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다른 캐릭터들을 소외시키면서까지 세경 위주로 결말을 맺은 데 있죠. 세경이라는 캐릭터는 <지붕킥>만의 독특한 개성이었지만 시트콤의 특성상 그간 많은 에피소드들을 주변의 캐릭터들을 통해 채웠었잖아요. 시청자들이 세경이 하나만을 바라보지는 않았다는 얘기죠. 그 전작인 <하이킥>에서 신지를 제외한 캐릭터들이 고루고루 살았던 것과 비교되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개인적으로 이현경 캐릭터와 신애 캐릭터가 제대로 살지 못해서 아쉬워요. 특히 신애는 세경이 캐릭터와 해리 캐릭터 사이에서 위축된 걸로 보여요. 이에 대해 쓴 블로그 글을 읽었는데 생각해 볼 부분이 많더군요.
    좋게 보면 주변 인물들도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상실의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고 할 수도 있겠죠. 인생의 희비극적 요소를 모두 끌어안으려는 작가적 야심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 그러나 이미 김병욱 피디식의 비극적 결말에 대해 허탈감을 맛본 이상, 그 다음 작품에서는 상당히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사실 그 전부터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등을 예로 들며 우려하는 반응들이 있어 왔죠. 이는 결국 작가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무조건적인 반발심을 불러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어요. ㅡㅡ

    완전한 사랑은 드라마 끝난 후 교수님께서 그 결말이 흥미로웠다고 얘기해 주셔서 알게 됐어요. 굉장히 김수현답다고요. 갑작스런 죽음 가운데서도 가족 무너지지 않게 안전막은 다 마련해 놓았다고 하셨죠.ㅎㅎ 김희애 연기가 눈시울을 자극하더군요.
  • 국화빵 2010/03/23 00:29 # 답글

    세경이와 지훈이가 차 안에 있던 장면에서 갑자기 3년 후로 바뀌는 순간 조용하던 교실 여기저기에서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ㅋㅋ 야자 끝나는 종이 울리자 마자 역시 여기저기에서 욕이 들리더군요ㅋㅋ 제작진은 중2병이다, 이딴 결말 보려고 백 몇 십회 다 챙겨 본거냐 등등; 확실히 좀 허무하긴 했어요.
    저는 김병욱 피디의 시트콤은 지붕킥이 처음이었요.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긴 했는데 초반에 조금 보다가 말았거든요. 주변에서 들리는 말 때문에 결말은 새드일 거라 대충 짐작은 했는데 그럴 줄은 정말 몰랐어요ㅎㅎ;
  • 베리배드씽 2010/03/23 23:34 #

    학교에서 보셨군요. 다 같이 분노하고 비난하고 분위기 험했겠어요. ㅋ이 결말을 긍정하건 부정하건 충격적이었다는 데는 다 동감할 거예요. 그 전에도 결말에서 등장인물이 죽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주인공이 갑자기 죽는 건 아마 처음이었죠. 허무하기도 안타깝기도 하고 결국 요만큼의 희망도 없었나 싶기도 하고요. 저는 그 전부터 조금씩 봐 왔었어요. 비극적 결말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부터 나온 듯. 그 때부터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가지 않더군요. 그래도 이번이 제일 강했죠. 비극의 효과인 충격과 공포와 연민은 제대로 살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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