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유혹 by 베리배드씽

배수빈-한상진, '천사의 유혹'서 2인 1역으로 복수극 ‘도전’

 ‘드림’ 후속으로 방송되는 SBS 새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은 ‘아내의 유혹’ 김순옥 작가와 ‘조강지처클럽’의 손정현 PD가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복수를 위해 원수 집안의 남자와 결혼한 여성과 이를 뒤늦게 안 남편이 또 다른 복수를 감행한다는 내용으로 사고로 모든 걸 잃은 남자 주인공 신현우가 복수를 위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재등장한다.

 심상치가 않다. 전작들로 능히 짐작되는 작가와 PD의 면면도 그렇거니와 한 문장으로 압축된 줄거리에 '복수'란 단어가 무려 세 번이나 들어간 것도 특기할 만하다. 게다가 '천사의 유혹'이라는 제목과 페이스 오프식 설정은 '아내의 유혹'시즌 2임을 적극적으로 표방한다. '드림' 후속이니 아마 월화드라마일 거다. 이미 임성한 작가의 '보석 비빔밥'은 MBC의 주말극을 꿰찬 상황이다. '아내의 유혹'을 쓴 김순옥 작가나 '인어 아가씨'로 대표되는 임성한 작가 모두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대모로서 시청자들의 비난과 높을 시청률을 동시에 획득해 왔다. 일일극 중심으로 활개를 치던 막장 드라마는 이제 안방 극장으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신물나고 씁쓸하다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얄궂은 호기심이 동하기는 한다.

 비약적인 갈등과 최소한의 개연성조차 무시해 버린 상황 설정, 그리고 극단적인 캐릭터가 혼재된 막장 드라마의 범람은 드라마에서 통용될 수 있는 리얼리티의 범주를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즉 막장 드라마라는 칭호가 작가나 제작진들에게는 오욕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또한 시청자가 앞으로 이야기에 대한 상식을 상당 부분 포기함으로써 아량과 관대함을 베풀겠다는 허락이기도 하다. 그 대신 막장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지점에서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 

 막장 드라마의 이야기가 엉망진창인 이유는 도착적인 캐릭터들 때문이다. 피해 의식에 시달리며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악인들도 그렇지만 선인들 또한 인정 투쟁에 매달리는 걸로 보일 만큼 병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실패한 욕망의 배설로서 분노와 눈물과 악다구니를 남김 없이 분출한다.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도 아니고 좀 이상하긴 하지만, 막장 드라마를 보면 일상 속에서 퇴화하고 있던 감정들이 소름 돋듯 오슬오슬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드라마는 온기 없는 미소와 건조한 무표정 아래 짓눌려 있던 감각이 쏟아져 나올 빌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은 그냥 거기까지다. 휘발성 강한 비난에는 카타르시스가 없고 반추하고픈 여운도 남아 있지 않다.

 '천사의 유혹'에는 배수빈과 한상진, 이소연이 출현한다. 모두 외모로도 호감이 갔던 배우들이고 연기력에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인지도는 당연히 올라갈 테고, 그 캐릭터들을 잘 소화해내면 실력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다. 잘 빠진 CF와는 별 인연이 없겠지만 말이다.


덧글

  • 데스땡 2009/09/10 19:09 # 답글

    와, 줄거리 요약만 봐도 월화요일 밤에 다시 각종 연예기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거 같아요. 오늘 줄거리 요약 + 내용캡쳐 + 막장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그 기사들이요~
  • 베리배드씽 2009/09/12 08:30 #

    요즘 그런 기사는 드라마 끝나자마자 거의 바로 뜨잖아요. 줄거리 요약 인상 비평이 따로 없죠. 가끔 그 날 방송분을 보지 못했을 때 내용 따라잡는 데는 유용하더군요 ㅋㅋ
  • 너에게 2009/09/10 20:02 # 답글

    이거야말로 카더라지만.

    전에 임성한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에 - 그러니까 인어아가씨를 대박치던 시절에 드라마작가들이 정말 붓을 꺾어야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 인어아가씨의 전개가 상상을 할 수 없을만큼 빠르고 극단적이었다는 것이 이유였다던가요. 그런데 김순옥? 저 아내의 유혹 작가는 그보다 두 배는 더한 컬쳐쇼크를 선사했다던데요.

    저 둘이 같은 시기에 붙었으니 깡소주 좀 들이키시는 분들 느실 듯. 남의 귀한 창작물에 이렇다 저렇다 써재끼기엔 전 그런 막장이라도 쓸 능력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저라면 참 민망할 것 같습니다. 감정을 '배설'하고 '배설'하고 '배설'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메시지고 교훈이고 여운이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건 그거예요. 인어아가씨에서 소피아 아줌마가 개콘보면서 웃다가 사레들려 죽은 것. 평생 못잊을거예요. 제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드라마 장면으로 길이 남을 듯.
  • 베리배드씽 2009/09/12 08:37 #

    그 얘기 전에 들었었어요. 특히 김순옥 작가 같은 경우는 작가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로 기사에 인용된 적도 있었고요. 그럴듯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대로 된 드라마 작법을 익혀 온 이들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을 듯. 제일 충격적인 건 그런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데 있겠지만요. ㅋㅋ

    같은 시간대는 아니지만 일일 드라마가 아니라 주말극, 월화 드라마 등 안방 극장의 황금 시간대를 장악했다는 건 좀 놀라웠어요. 온가족이 둘러앉는 그 시간대에도 그들의 기존 스토리 구성방식이 그대로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해요. <찬란한 유산>의 인기에서 보듯 사람들이 막장 드라마에 대해 좀 염증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을 수도 없고 그저 황당할 뿐이네요. ㅋ 같은 작가가 쓴 <하늘이시어>에서는 한 때 비밀을 알아버린 모든 이들이 차례로 죽는다는 게 괴담처럼 떠돌았었죠. 사실 창작에선 등장인물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하던데 말이죠. -_-;
  • 쏘피 2009/09/10 23:52 # 삭제 답글

    전 아예 안보는데도..나중엔 스토리를 다 알게 될만큼 막장 드라마의 파급효과는 크더군요 -_-;; 그러니 경쟁하듯 쓰고 찍고...일명 아주머니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의기양양하게...(엄마하고 무척이나 싸웠죠..정신건강에 해롭다며 설득도 하고ㅠㅠ 안되더군요.ㅠㅠ )그나마 연기라도 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나와야 조금이나마 희석이 되지 않겠어요?
    요즘은 그런 댓글도 눈에 많이 띄더라구요
    "막장이지만 000연기 때문에 본다" ㅎㅎ
  • 베리배드씽 2009/09/12 08:42 #

    저도 챙겨 본 적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몇 회만 봐도 드라마의 분위기는 짐작이 되더군요. 인물들이 아주 전형적이고 단순해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그 캐릭터를 그대로 고수하잖아요. <아내의 유혹>같은 경우는 일일 드라마의 기존 시청자들인 중장년 주부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까지 파급효과가 꽤 컸었죠. 저는 저희 어머니 굳이 설득해 본 적은 없는데, 어머니도 그 드라마 욕을 하며 보신다는 게 재밌긴 했어요. ㅎㅎ
    막장 드라마는 스토리 자체가 허술해서 캐릭터에 크게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극단적이라 연기력의 뒷받침이 필수죠. 배우에게 장기적으로 득이 되는지는 의문이에요.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CF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고, 무엇보다도 그 캐릭터에서 변신을 꾀하기가 참 어려울 듯해요.
  • 하루 2009/09/11 00:48 # 삭제 답글

    헐... 뭐 아내의 유혹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ㅋ 남녀만 바뀌었을 뿐.. -_-;;;
    징글징글하게 보다가 제가 허용할 수 있는 막장의 범위를 넘어가서 포기했었던 아내의 유혹의 타격 덕분에 당분간 그런거 쳐다도 안볼거 같아요 ㅋ
  • 베리배드씽 2009/09/12 08:47 #

    저도 처음에 저 기사 보고 어안이 벙벙했었죠. 매니아들이 시즌 2를 외치는 드라마들 꽤 있잖아요. 그런 드라마들은 놔두고 하필이면 저런 독한 드라마를 또 봐야 하나, 사실 안 보면 되는 건데 호기심에 한 두번은 보게 될 듯해요--
    아내의 유혹은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수습이 안되는 상태로까지 진행됐다는 느낌이에요. 이번엔 지난번처럼 나아가지 않았으면 해요.
  • 해준 2009/09/11 05:02 # 답글

    호기심에 한 번 본 이후에 낚여서 아내의 유혹 끝날때까지 파닥파닥 했던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 슬퍼지네요. 이번엔 낚이지 않으리라 주먹을 불끈 쥐어봅니다.
  • 베리배드씽 2009/09/12 08:49 #

    저는 무슨 드라마든지 끝까지 본 게 드물어요. -- 아니면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보는 편인데 일일 드라마는 회수가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천사의 유혹'은 배우들이 마음에 들어서 몇 번 볼까 생각중이에요. -.-
  • 택씨 2009/09/11 09:37 # 답글

    정말 막장드라마를 보고나면 카타르시스는 고사하고 황당함만 남게 되더라구요. 저는 채널선택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보는 경우가 많아 더 그렇더라구요;;
  • 베리배드씽 2009/09/12 08:52 #

    채널선택권은 주로 주부들에게 있는 건가요 ㅎㅎ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걸 넘어서서 어딘가 우스워지기 시작했으니 이야기로선 한계를 본 듯해요. 모든 드라마가 의미를 지닐 필요는 없지만 진짜 보고 나면 허탈해지죠.
  • 2009/09/11 18:0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리배드씽 2009/09/12 08:55 #

    감사합니다~^-------^
    잘 저장했어요 ㅎㅎ 저 날 오랜만의 스케줄이라 참 반가웠었어요. 사진들도 다 잘 나와서 더 좋네요.
  • 국화빵 2009/09/12 12:25 # 답글

    천사의 유혹... 제목부터 또 뭔가가 느껴지네요ㅎ 저는 아내의 유혹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시즌2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배수빈의 복수연기라.. 음.. 찬란한 유산에서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머리 속에 꽉 박혀있는데, 신선한 충격;을 줄 것 같네요ㅎㅎ
  • 베리배드씽 2009/09/14 00:16 #

    배수빈은 아주 예전에 왕가위 감독과도 작업할 거란 얘기가 있었는데 그 뒤로 좀 뜸하다가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는 듯해요. 주몽에서의 좀 오묘한 느낌이 좋았는데 찬란한 유산에서도 괜찮았나봐요. 전 천사의 유혹 몇 번 보다 알아서 손 뗄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ㅋ
  • 박혜연 2009/09/25 16:51 # 삭제 답글

    아내의 유혹 남성판이라니... 그럼 구은재가 남자로 정교빈이 여자로 바뀐다는거야? 성별만 바뀌고 완전 아내의 유혹시리즈네? 진짜...
  • 베리배드씽 2009/09/28 12:49 #

    복수가 두 번 얽혀 있어요. 복수를 위해 원수 집안의 남자와 결혼한 여성과 이를 뒤늦게 안 남편이 또 다른 복수를 감행한다-_-; 그래도 아내의 유혹보다는 나아 보이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어요. 시청자들도 웬만한 막장 스토리엔 만성이 됐고 작가도 일일극때보다는 좀 더 신경쓸 것 같고요.
  • 스마일곰도리 2009/10/07 22:11 # 삭제 답글

    복수..
    이것도 잼있겠다
  • 베리배드씽 2009/10/07 23:06 #

    이소연과 홍수현이 나와요. 전보다 배우들이 다소 젊어졌는데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
  • 지나가다 2009/10/09 00:22 # 삭제 답글

    막장드라마 기사읽구 검색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위에 댓글들도 죽 읽어봤는데 정말 공감가는 내용도 많구요..
    보고나면 짜증만 치솟는데도 시청률은 올라가니 참...
    보고나서 욕하는 재미로 보는 걸까요? 안본 사람들은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보는 거구..
    그런 악순환(?)때문에 막장드라마 열기가 식을줄 모르는건 아닐까 싶어지네요.
    (여담이지만 이런 건 제발 수출 안했음 좋겠어요...)
  • 베리배드씽 2009/10/09 15:44 #

    요즘은 오히려 막장에 염증을 느끼고 꺼려하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해요. '막장 드라마'라는 코드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발상 마케팅 키워드처럼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게 예전만큼 실제 시청률에서도 약발이 먹히는지는 지켜봐야 할 듯해요. 저도 뭐 본다면 사람들과 공통분모를 만들고 싶어서 보는 쪽인데요. 이런 순환작용은 인기 드라마라면 다 거칠 것 같아요. 제 생각엔 대놓고 즐기는 집단 길티 플레저가 아닐까 싶네요. 극단적 상황을 통해 순간적으로 감정의 혈을 뚫어주잖아요. 일상에선 드러내가 힘든 부정적 감정들이 배출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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