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unny Birthday'라는 제목을 초록색 포털 사이트 검색란에 넣어 보았다. 엔터키 한 번에 주루룩 달려 나온 익명의 funny birthday들은 당연하다는 듯 익살맞거나 재미있지(funny) 않았으므로 오히려 김이 샐 정도였다. 그들은 생일이라고 의식적으로 구분짓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적적하고 쓸쓸하지는 않았을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funny에는 구어로 '기묘한, 이상한, 의외의' 와 같은 의미도 담겨 있다. 반어법이 절묘하게 진의를 포착해낼 때도 있다는 얘기다. 어제가 생일이었다. 이상하게도 My Funny Valentine이 몹시 듣고 싶었다. 우격다짐으로 Valentine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Birthday를 끼워넣으며 거듭 들었다. 끈적하고 섬세한 마빈 게이, 넉넉하고 예스러운 프랭크 시나트라, 부드럽고 따사로운 웅산. 그러나 쳇 베이커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뻔하고 흔해도 사람들이 원전으로 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쳇 베이커가 부른 게, 아름다운 연인을 연모하는 가사 따위는 아랑곳없이 가장 적적하고 쓸쓸한 정조를 자아낸다.
기막히게도 어느덧 스물 여덟 살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서 어서 서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서른이 되어도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고 노련해지지 못할까 봐 두렵다. 여하튼 해를 넘길수록 생일에 담담해진다는 것 하나는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이게 성숙이나 노련과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다. 축하해줬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노래가지고 같잖게 장난치는 젠체가 아니라 그대로 Funny Birthday였을 거다.
기막히게도 어느덧 스물 여덟 살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서 어서 서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서른이 되어도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고 노련해지지 못할까 봐 두렵다. 여하튼 해를 넘길수록 생일에 담담해진다는 것 하나는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이게 성숙이나 노련과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다. 축하해줬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노래가지고 같잖게 장난치는 젠체가 아니라 그대로 Funny Birthday였을 거다.
덧글
심연 2009/03/24 03:12 # 답글
아직 서른은 안 되었지만 나이 만큼의 제가 되었는 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흠...
베리배드씽 2009/03/24 22:45 #
나이먹어서 주름지고 노쇠한 것보다 나이값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더 걱정이에요. 이게 어쩌면 제가 그래도 젊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어요.
미루엘 2009/03/24 04:06 # 답글
베리배드씽 2009/03/24 22:46 #
축해하줘서 고마워요ㅎㅎ
2009/03/24 04:27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베리배드씽 2009/03/24 22:59 #
외국에 계셨었군요. 블로그에서 만들어지는 인연들이 깊이있고 끈끈해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렇듯 다양한 이들을 알게 되는 기쁨은 또 특별해요. 비공개님같은 분이 읽어주신다니 허투루 쓰면 안되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내면의 성찰과 사회적인 관심을 동시에 아우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점에서 비공개님이 존경스러워져요. 한국으로 돌아오시면 꼭 잘 되시리라 믿어요.
사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요즘 많이 나태해졌네요. 문학을 공부하니까 그와 관련한 이론이나 작품들도 많이 읽어야 하는데요. 이렇게 끄적임같은 글들을 잘 읽어주시니 정말 차근차근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눈 팔지 않고 생각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요. 그게 저의 청춘을 잘 누리고, 학문의 즐거움을 터득하는 방법이겠죠.
쿨짹 2009/03/24 05:24 # 답글
베리배드씽 2009/03/24 23:00 #
늘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님처럼 나이먹어간다면 성공적일 듯~^^
해밀 2009/03/24 07:11 # 답글
베리배드씽 2009/03/24 23:00 #
예쁜 봄날 되세요~:)
sesism 2009/03/24 09:35 # 답글
베리배드씽 2009/03/24 23:02 #
요즘 좀 부러운 sesim 님><
하루 2009/03/24 09:47 # 삭제 답글
베리배드씽 2009/03/24 23:03 #
택씨 2009/03/24 09:47 # 답글
그런데 30부터는 영적(靈的)인 성장을 하는 시기라고 하더군요. 이젠 정신적인 성장 준비를 하실 때가 되셨을 지도....
베리배드씽 2009/03/24 23:06 #
영적인 성장. 어쩌면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할 화두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하루 하루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09/03/24 10:0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베리배드씽 2009/03/24 23:08 #
비공개님 정도면 멋지고 동경할만한 서른이에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스물 여덟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ㅋㅋ
성큼이 2009/03/24 10:21 # 답글
베리배드씽 2009/03/24 23:11 #
sangtwo 2009/03/24 13:34 # 답글
23살까진 정말 시간이 너무 안간다 싶었어요. 나는 언제 나이를 먹을 수 있을까 했었는데.. 어느샌가 여기까지 달려왔어요. 그래도 또 좋은 점들도 많고..
주변에는 30대들이 드글거리는데 그 언니들의 주장은
30대는 더 즐겁다더군요! 굳이 철 들 필요 없대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전 그말 믿고. 어쨌든 뭐 그러려구요 ㅎ
생일 축하드려요~ ^^
베리배드씽 2009/03/24 23:14 #
30대 언니들이 즐거운 30대를 주창하니 또 기대되네요. 물론 이것도 개인차가 있겠죠. 하긴, 생각해보면 그 때로 돌아가는 것도 썩 내키지 않네요. 미숙해서 상처받고 세련되지 못해서 발을 헛디디던 시절. 지금부터라도 멋진 30대를 준비하는 게 더 낫겠죠~^^
사이동생 2009/03/24 22:02 # 답글
베리배드씽 2009/03/24 23:14 #
데스땡 2009/03/25 20:44 # 답글
베리배드씽 2009/03/27 00:29 #
etiole 2009/03/25 22:07 # 답글
생일 축하해요 언니! 만났을때 케잌이라도 자를 걸 그랬어요!
베리배드씽 2009/03/27 01:00 #
alex 2009/03/26 00:16 # 삭제 답글
3월 23일, 24일, 26일 모두 제게 소중한 사람들 생일이었습니다.
축하에 축하요!
베리배드씽 2009/03/27 01:02 #
지인들 생일이 3월에 몰려있나봐요. 저는 잘 모르지만 괜히 반갑군요~
자그니 2009/03/29 22:46 # 답글
조만간 밥이라도 먹어야 겠네요... (빅뱅 얘기만 안하신다면...;;)
베리배드씽 2009/03/30 12:15 #
나중에 만나면 빅뱅 얘기는 별로 안할 듯. 다른 친구 얘긴 모르지만(?)
2009/03/30 15:4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베리배드씽 2009/03/30 17:17 #
저도 요즘 뜸해요. 바쁘다 보면 그럴 수 있지요~><
음, 나중에 그런 좋은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저도 진심입니다.ㅋㅋ
타쿠로우 2012/09/28 19:59 # 삭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