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unny Birthday by 베리배드씽

 'My Funny Birthday'라는 제목을 초록색 포털 사이트 검색란에 넣어 보았다. 엔터키 한 번에 주루룩 달려 나온 익명의 funny birthday들은 당연하다는 듯 익살맞거나 재미있지(funny) 않았으므로 오히려 김이 샐 정도였다. 그들은 생일이라고 의식적으로 구분짓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적적하고 쓸쓸하지는 않았을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funny에는 구어로 '기묘한, 이상한, 의외의' 와 같은 의미도 담겨 있다. 반어법이 절묘하게 진의를 포착해낼 때도 있다는 얘기다. 어제가 생일이었다. 이상하게도 My Funny Valentine이 몹시 듣고 싶었다. 우격다짐으로 Valentine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Birthday를 끼워넣으며 거듭 들었다. 끈적하고 섬세한 마빈 게이, 넉넉하고 예스러운 프랭크 시나트라, 부드럽고 따사로운 웅산. 그러나 쳇 베이커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뻔하고 흔해도 사람들이 원전으로 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쳇 베이커가 부른 게, 아름다운 연인을 연모하는 가사 따위는 아랑곳없이 가장 적적하고 쓸쓸한 정조를 자아낸다. 

 기막히게도 어느덧 스물 여덟 살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서 어서 서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서른이 되어도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고 노련해지지 못할까 봐 두렵다. 여하튼 해를 넘길수록 생일에 담담해진다는 것 하나는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이게 성숙이나 노련과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다. 축하해줬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노래가지고 같잖게 장난치는 젠체가 아니라 그대로 Funny Birthday였을 거다.



덧글

  • 심연 2009/03/24 03:12 # 답글

    앗, 생일축하드려요.

    아직 서른은 안 되었지만 나이 만큼의 제가 되었는 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흠...
  • 베리배드씽 2009/03/24 22:45 #

    음, 심연님 너무 늦게 주무시는 거 아니에요 ? ㅋㅋ

    나이먹어서 주름지고 노쇠한 것보다 나이값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더 걱정이에요. 이게 어쩌면 제가 그래도 젊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어요.
  • 미루엘 2009/03/24 04:06 # 답글

    베배양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 베리배드씽 2009/03/24 22:46 #

    뭐 제가 늦게 알렸으니까요..
    축해하줘서 고마워요ㅎㅎ
  • 2009/03/24 04:2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리배드씽 2009/03/24 22:59 #

    축하해 줘서 고마워요~:) 지난번에 이은 상찬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비공개님이 들르는 다양한 인문학적 블로그와 어깨를 견주게 된다는 게 좀 쑥쓰럽네요 ^^;
    외국에 계셨었군요. 블로그에서 만들어지는 인연들이 깊이있고 끈끈해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렇듯 다양한 이들을 알게 되는 기쁨은 또 특별해요. 비공개님같은 분이 읽어주신다니 허투루 쓰면 안되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내면의 성찰과 사회적인 관심을 동시에 아우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점에서 비공개님이 존경스러워져요. 한국으로 돌아오시면 꼭 잘 되시리라 믿어요.
    사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요즘 많이 나태해졌네요. 문학을 공부하니까 그와 관련한 이론이나 작품들도 많이 읽어야 하는데요. 이렇게 끄적임같은 글들을 잘 읽어주시니 정말 차근차근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눈 팔지 않고 생각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요. 그게 저의 청춘을 잘 누리고, 학문의 즐거움을 터득하는 방법이겠죠.
  • 쿨짹 2009/03/24 05:24 # 답글

    와 생일이시군요. 추카추카... 28세이시면 쫌 부러운 나이인데요. ㅎㅎ
  • 베리배드씽 2009/03/24 23:00 #

    쿨짹님 고마워요.
    늘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님처럼 나이먹어간다면 성공적일 듯~^^
  • 해밀 2009/03/24 07:11 # 답글

    생일 축하 드려요~ ^^
  • 베리배드씽 2009/03/24 23:00 #

    고마워요.
    예쁜 봄날 되세요~:)
  • sesism 2009/03/24 09:35 # 답글

    축하드려요. :)
  • 베리배드씽 2009/03/24 23:02 #

    감사합니다~^^
    요즘 좀 부러운 sesim 님><
  • 하루 2009/03/24 09:47 # 삭제 답글

    ^^ 축하드려요. 좋은 날이었군요 :)
  • 베리배드씽 2009/03/24 23:03 #

    고마워요 하루님~사실 괜찮은 하루였어요. 덤덤해진 게 문제라면 문제 ㅋㅋ
  • 택씨 2009/03/24 09:47 # 답글

    생일 축하드려요. 늦었지만요.
    그런데 30부터는 영적(靈的)인 성장을 하는 시기라고 하더군요. 이젠 정신적인 성장 준비를 하실 때가 되셨을 지도....
  • 베리배드씽 2009/03/24 23:06 #

    제가 늦게 올려서 그리 된 거니까요. 저는 축해하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영적인 성장. 어쩌면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할 화두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하루 하루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2009/03/24 10:0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리배드씽 2009/03/24 23:08 #

    히힛 고맙습니다.
    비공개님 정도면 멋지고 동경할만한 서른이에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스물 여덟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ㅋㅋ
  • 성큼이 2009/03/24 10:21 # 답글

    생일 축하드립니다 ^^
  • 베리배드씽 2009/03/24 23:11 #

    고마워요. 오랜만이시라 더 반가워요~^^
  • sangtwo 2009/03/24 13:34 # 답글

    생일 축하드려요~^^
    23살까진 정말 시간이 너무 안간다 싶었어요. 나는 언제 나이를 먹을 수 있을까 했었는데.. 어느샌가 여기까지 달려왔어요. 그래도 또 좋은 점들도 많고..

    주변에는 30대들이 드글거리는데 그 언니들의 주장은
    30대는 더 즐겁다더군요! 굳이 철 들 필요 없대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전 그말 믿고. 어쨌든 뭐 그러려구요 ㅎ

    생일 축하드려요~ ^^
  • 베리배드씽 2009/03/24 23:14 #

    고마워용 ㅎㅎ
    30대 언니들이 즐거운 30대를 주창하니 또 기대되네요. 물론 이것도 개인차가 있겠죠. 하긴, 생각해보면 그 때로 돌아가는 것도 썩 내키지 않네요. 미숙해서 상처받고 세련되지 못해서 발을 헛디디던 시절. 지금부터라도 멋진 30대를 준비하는 게 더 낫겠죠~^^
  • 사이동생 2009/03/24 22:02 # 답글

    생일 축하드려요. 평안한 한해가 되시기를.
  • 베리배드씽 2009/03/24 23:14 #

    고마워요. 평안한 한해......음. 작년을 돌이켜보니 이게 꽤 간절해지네요.
  • 데스땡 2009/03/25 20:44 # 답글

    갈수록 생일이 과연 즐거운 날인가에 대해 의심이 더해가지만... 일단 날은 날이니까 즐겁게 보내셨나요? 제가 갖고 있는 유일한 인문학 논문을 제 차에 갖다 놓았더니 가끔 차에 타는 친구들이 놀래요. 밴드웨건의 논문 효과라고나 할까요, 일독은 커녕 잘 읽지도 못하지만, 친구들에게 마치 제 소양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효과에 흐뭇하거든요~ -_-;
  • 베리배드씽 2009/03/27 00:29 #

    케이크 먹고 맛있는 저녁 먹고 다른 일이지만 오랜만에 지인도 만났어요. 축하한다고 해줄 때마다 오늘이 생일이구나 실감했죠. 원래 논문은 폼이에요 ㅋㅋ 그래도 책장에서 먼지 쌓이게 두지 않으시고 책에 갖다 두셨다니, 그것만으로도 감사~
  • etiole 2009/03/25 22:07 # 답글


    생일 축하해요 언니! 만났을때 케잌이라도 자를 걸 그랬어요!

  • 베리배드씽 2009/03/27 01:00 #

    축하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그래도 그 전에 만나서 너무 즐거웠어.
  • alex 2009/03/26 00:16 # 삭제 답글

    어익후, 이틀 늦게 축하드려요.

    3월 23일, 24일, 26일 모두 제게 소중한 사람들 생일이었습니다.

    축하에 축하요!
  • 베리배드씽 2009/03/27 01:02 #

    축하하주는 게 어디예요 ㅎㅎ
    지인들 생일이 3월에 몰려있나봐요. 저는 잘 모르지만 괜히 반갑군요~
  • 자그니 2009/03/29 22:46 # 답글

    생일 축하드려요- :) ... 저는 스윙 엠티 크리에 책번개로...;;; 인사가 늦었습니다...(응?)

    조만간 밥이라도 먹어야 겠네요... (빅뱅 얘기만 안하신다면...;;)
  • 베리배드씽 2009/03/30 12:15 #

    고맙습니다 ~ 자그니님은 늘 바쁘시잖아요 ㅋㅋ
    나중에 만나면 빅뱅 얘기는 별로 안할 듯. 다른 친구 얘긴 모르지만(?)
  • 2009/03/30 15: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리배드씽 2009/03/30 17:17 #

    비공개님이 축하해주신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요 ^^
    저도 요즘 뜸해요. 바쁘다 보면 그럴 수 있지요~><
    음, 나중에 그런 좋은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저도 진심입니다.ㅋㅋ
  • 타쿠로우 2012/09/28 19:59 # 삭제 답글

    오늘 28번째 생일을 맞았어요. 참 우습고 처량하고 머릿속엔 마이 퍼니 발렌타인이 맴돌아 계속 흥얼거리다 초록창에 검색했더니 이런 글이... 신기하네요. Funny의 의미는 다를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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