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난 늘 연애에 실패하는가?(?) by 베리배드씽

(?)를 뒤에 붙인 건 <왜 난 늘 연애에 실패하는가?>와 같은 류의 질문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이 질문은 두 가지로 나눠질 수 있을 게다: '왜 난 연애를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하는 걸까?' 와  '왜 나의 연애는 자꾸 쓰디쓴 이별로 마감하는가?' 그러나 일을 잘못하여 그르침을 이르는 '실패'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연애의 실패가 의미하는 바는 연애 착수의 좌절보다는 연애 지속의 좌절 쪽에 보다 무게가 실리게 된다. 여기서 드는 의문; 이별이 연애의 실패라면 연애의 궁극적인 성공의 결실은 연애의 지속-현실적으로는 결혼인가. 핵심적 감정인 사랑의 유무를 떠나서 결혼은 엄연히 제도라는 점에서 연애와 구별되어야 한다. 국내의 현실과,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봐르의 수십년 간의 계약동거같은 전통이 존재하는 프랑스는 엄연히 다르다. 여기서 연애의 지속은 결혼이라는 제도적 틀에 끼워지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요원해진다. 이별이 아프고 잔혹한 상처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것에 실패라는 고통의 팻말을 세워주는 것에는 심적으로 공감하지만,  이별을 연애의 실패와 등치시켰을 때 그 반대편인 연애의 성공이 무엇을 담지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영 찜찜해진다. 
 이것이 '연애를 잘한다'라는 표현과 연동하면 좀 더 얄궂어진다. '잘하다'라는 표현은 가끔 질적인 우월함과 양적으로 많음을 동시에 가리킨다. '그 친구 생각보다 말을 잘한다'라는 문장은 언변에 능하다는 질적인 우월함을 의미할 수도 있고, 내성적인 줄 알았는데 말을 잘 튼다는 식으로 양적으로 많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연애를 잘하다'는 연애를 수준높게 구사한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단타로 잘 끊어서 연애를 양적으로 많이 건다는 의미인가. 전자를 의미할 때 연애의 질을 엄밀하게 측정할 기준은 불분명하므로, 일반적으로는 연애의 지속기간을 그 잣대로 삼는다. 그러나 장기 연애 커플은 장기 연애 중일 때는 '연애 잘한다'는 상찬을 거의 듣지 못하다가 결혼에 이르러서야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다. 연애를 잘한다는 것은 연애 경험의 횟수에 비례한다. 즉 연애의 실패가 쌓일수록 연애를 잘하는 연애의 고수가 만들어진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의 실패를 짊어지고 그것을 반면교사삼아 현재 장기 연애에 돌입한 이를 연애의 고수라 일컬을 수 있다. 그러니까, 왜 난 늘 연애에 실패하는가 좌절하는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미래의 연애고수를 예비한 것일 수도 있다. 단, '연애를 잘하다'는 '연애에 실패하다'의 정확한 뒷면은 아닌 듯하다. 연애의 실패는 이별의 경력을 반영하지만, 연애만 잘해서는 연애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연애를 잘하다가 아니라 연애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려면 결혼에 이르러야 한다.  결혼에 대한 긍정과 비판에 양 발을 담그고 있는 시선으로는 뭔가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마지막은 규현 (왼쪽 규현, 오른쪽 은혁)
                      


덧글

  • 2009/03/22 21: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리배드씽 2009/03/23 01:12 #

    비공개님 반가워요. ^^왠지 비공개님은 따뜻한 언니같아서 더 그런 듯~
    음 비공개님은 성품도 여성스러우실 것 같고 외모도 아름다우실 것 같고 고로 연애 경험도 질과 양에서 모두 우수하실 것 같네요 히힛. 연애를 결혼의 전단계라는 것에 가중치를 두고 보게 되면 연애를 통해 개인이 얼마나 성숙해지고 다듬어졌는지와는 관계없이 그저 결과론적으로만 보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저는 집에서 그런 것으로 압박하는 게 거의 없지만, 이제 조만간 닥치겠죠-_-
    본인에게 좋았으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하느니만 못한 연애도 많잖아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회복 불능 상태로 탕진하는 연애요. 저도 그런 점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네요. 지금 돌이켜보니..
  • 2009/03/22 21: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리배드씽 2009/03/23 01:14 #

    음 행운을 빈다 홍홍.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멀리는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나중에 살짝 물어봐요~:)
  • 2009/03/22 23: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베리배드씽 2009/03/23 01:39 #

    제 글이에요. 날림으로 썼더니 오타가 여기저기 미친듯이 났네요-_-
    문득 연애에 실패했다는 고민은 연애의 성공은 결혼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사실 주변에서 결혼 해야겠다 마음먹으면 금방금방 하는 사례를 몇 번 봤기 때문에 약간 회의적일 때도 있었어요. 결혼 자체가 목적성을 띤다는 느낌. 그냥 다 그런가보다 싶으면서도 아 재미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도 다 '살아진다'는 걸 이십팔년동안 가까이에서 확인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애 좋아요. 잘만 하면 인간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나에 대해서 뼛 속 깊이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그건 거의 대체 불가능. 비공개님에게 달콤한 스캔들이 터졌으면 좋겠어요 ㅎㅎ
  • SvaraDeva 2009/03/23 07:39 # 답글

    연애의 실패와 성공이라.. 잘한다 못한다.. 음 확실히 정의 자체자 문제가 있었네요 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베배님의 경우는

    그냥 눈이 높으셔서? ㅋㅋ
  • 베리배드씽 2009/03/24 00:22 #

    플짤 때문인가요? ㅋㅋ 규현군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게 생겼어요. 이렇게 하얀 미소년 스타일요. 노래 들으면서 좋아졌죠~
  • 택씨 2009/03/23 09:33 # 답글

    연애의 성공도 이별아닐까요?
    결혼이란 연애의 감정이 다 삭은 다음에야 진행할 수 있는 단계같구요....
  • 베리배드씽 2009/03/24 00:23 #

    연애의 감정이 다 삭은 게 결혼이라. 맞는 얘기네요~ ㅎㅎ
    그런 점에서는 이별도 연애의 한 과정이라 할 수 있을 듯.
  • 당고 2009/03/23 10:28 # 답글

    박주영 작가의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란 소설을 주말에 읽었는데 베배 님 포스팅 내용이랑 겹치는 주제였어요. 물론 풀어가는 방식이 참으로 재미없었다는ㅠ_ㅠ 한국사회에서(라기보다는 가부장제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연애의 성공이 결혼으로 귀결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이 패러다임은 앞으로도 한참 동안 바뀌기 힘들 것 같다는;; 연애가 의미화되는 방식이 참 흥미로운 것 같아요. 사후해석이랄까. 연애할 때 아무리 즐거웠다 해도 결혼에 다다르지 못하면 나중에 '실패했다' '결국 헤어졌으니까 안 좋은 거다' 이런 식으로 되잖아요. 반면에 연애할 때 아무리 상처를 주고받거나 폭력적인 일이 있어도 결혼한 커플들은 '결혼했으니까 됐다' '결국 우린 서로의 짝이었다' 이런 식으로 의미화하는 듯. 정말로 사후해석;;
  • 베리배드씽 2009/03/24 00:36 #

    박주영 작가가 은근히 재미난 소재를 그냥 무난하게 풀어버리는 재주가 있는 듯 -_-; <백수생활백서>도 소재는 참신했지만 이야기는 무지 헐렁했죠. 그게 매력이기도 했지만요. 제가 봐도 연애의 당연한 결실을 결혼으로 이해하는 시선은 아주 오래 갈 것 같아요. 연애가 결혼의 유무에 따라 사후해석되는 측면이 있지만, 즉 사랑의 농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고 그냥 그렇게 만나가다 결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헤어짐이 마땅한데 결혼으로 무마되는 경우는 상상하기도 싫어요 ㅜㅜ
  • sesism 2009/03/23 13:12 # 답글

    그럼 저는 연애의 고수인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연애를 실패하고 잘 못하니 이는 또 어찌된 걸까요 ㅠ.ㅠ 저의 경우는 그냥 학습능력이 없는 것인가 봅니다. 실제로 제 지인이 제게 "연애란 실패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해줬는데 무슨 뜻인진 알겠지만 너무 괴롭고 또 실패에서 오는 경험치같은게 아프기만 하지 하등 도움이 되질 않더라구요. 흑흑.
  • 베리배드씽 2009/03/24 00:40 #

    연애는 너무 각양각색이다 보니 공부하듯이 차곡차곡 경험이 쌓여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그래도 뒤늦게 사랑의 열병을 앓고 고생하는 것보다는 몸도 마음도 좀 힘이 있을 때 겪어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sessim님 그 경험치만큼 좋은 인연 왔을 때 잘 키워내실 수 있으실 거예요~:)
  • 사이동생 2009/03/23 16:26 # 답글

    당고님의 사후해석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연애를 하는 것은 성공이고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실패다 라면 또 모를까.... 연애라는 것이 목표를 정해놓고 하는 것도 아닌데요 뭘....

    베배님 소개팅이라도 주선해볼까요 ^^
  • 베리배드씽 2009/03/24 00:56 #

    연애를 짧게짧게 할 때 특히 연애에 실패한다는 말이 나올 확률이 높죠. 길게 만나는 연애가 어딘가 진지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겠다 싶어요. 사이동생님 말마따나 연애가 가시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속 편하게 주석 달아줄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소개팅은 없어도 돼요~:) 제 경험이라기보다는 그냥 평소에 생각해 왔던 문제 가지고 쓴 거니까요.
  • 하루 2009/03/23 18:39 # 삭제 답글

    베배님 오랜만에 와서 또 좋은 글 읽고 간다죠 :)
    연애를 잘한다. 실패했다.. 뭐 그렇게들 말하고들 하는 건 연애의 유지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연애관계의 유지보수에 능한 사람에게 "잘한다" 그리고 연애관계에서 본인의 연애관계 유지의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에게 "실패했다" 정도로 생각하면 괜춘할 것 같아요. 그런 경우 본인의 느낌도 "잘하고 있다" "실패했다" 정도의 기분이 되지 않을까요. :)
    연애를 "잘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는 엄연히 구분된다죠.
    하지만 연애에 "성공했다" 라는 건 참 모르겠어요. 당고님 말씀대로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에서 연애의 성공적인 결말은 "결혼" 이라는 공식이 너무 당연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나저나, 결혼이 성공적이었던 연애의 결말이나 무덤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는 것도 참 안습이에요. ㅋㅋ 이를 어쩌나요.. ^^;;;
  • 베리배드씽 2009/03/24 01:03 #

    사실 그게 맞는데, 연애 길게 하는 커플은 연애 할 때는 정작 연애 '잘한다'는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결혼할 때가 되어서야 그 지조를 칭송받죠. 반면 연애를 잘 지속시키지 못한 경우에는 실패했다는 꼬리표를 붙이죠. 하긴 주위의 평가보다는 '본인의 느낌'이 중요하죠, 연애에서는요.^^ 자기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 혹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 이게 진짜예요.
    연애에 성공했다는 건 연애를 가지고 뭔가를 성취했다는 의미일 수 있는데, 연애 자체가 목적 없이 순수할 때 가장 빛나는 거라서 뭐라 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둘의 인격 향상 이런 걸 밝히기도 애매하고요. --
    저도 연애의 결말이 연애의 무덤인 결혼으로 이어지는 게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관계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 caya 2009/03/24 12:16 # 답글

    연애를 계속 하고 싶어서 결혼한다는 사람도 봤습니다만;;;
  • 베리배드씽 2009/03/24 22:43 #

    둘이 계속 함께 있고 싶으니까-사랑하니까 결혼하는 건 맞겠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연애와 결혼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하는 듯해요.^^; 결혼은 틀지어진 제도이고 연애에서는 없었던 책임감과 관계의 망이 생겨나죠.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더 심하고요.
  • alex 2009/03/26 00:19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오년 전 쯤 내둥 고민하던 이야기네요.
    그런데 아직도 전혀모르겠다능.

    그저 연애나 결혼이나 사랑 하나로 되는 건 아니라는 정도.
  • 베리배드씽 2009/03/27 00:27 #

    저보다 성숙한 분이세요, 역쉬~ ㅋㅋ
    맞아요. 연애나 결혼이나 사랑 하나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죠.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 관계를 성립케 한 감정이 늘 같이 가야하지만, 그 감정만으로는 잘 가기가 어렵죠.
    그런 점에서는 짝사랑이 차라리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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