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돌아오면



첫 눈에도 앨리샤 키스를 흠모하던 시절. 거미 1집 타이틀 곡 '그대 돌아오면.'은 이따금 생각날 때 하루종일 듣는다. 여기서는 원래보다 낮은 키로 편곡됐고 목 상태도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방송된 어쿠스틱 버전보다 이 라이브 영상이 좋은 건 더 절실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함께 걷던 그 거리를 혼자 걸어요 혹시 걷다보면 나를 찾는 그대를 만나 다시 그대와 사랑하게 될까봐"- 이 부분이다.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기억은 그 시간처럼 흘려 보낼 수 없기에 어떤 매개들을 필요로 하는데 공간은 그 대표적인 예다. 제목부터가 '거리에서'인 성시경 노래도 있지만 '그대 돌아오면'을 더 즐겨 듣는 이유는 '거리에서'의 심상하고 도회적이며 여유롭기까지 한 분위기가 간혹 노회한 체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그대 돌아오면'은 처음부터 미련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 거미가 애절하게 잘 표현해 준 덕에 거미 노래 중 가장 좋아하지만 거기에 다 동조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저 가사의 핵심은 우리 함께 걷던 그 거리를 혼자 걸어요- 거두절미 이 한 문장이며 그 이후는 사실 썩 내키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별 도리 없이, 그저 혼자 걸을 수 없는 거리가 늘어가는 데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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